|  |
| 낙동강 1300리 물길 중 가장 경관이 빼어나다는 경북 상주 경천대에서 본 낙동강. 제공=한국관광공사 |
|
내일이면 바야흐르 봄이 시작되는 3월. 한국관광공사는 '봄향기 장터여행'을 테마로 3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네 곳을 선정했다. 한마디로 여행을 겸한 시골장터 여행이다.
흔히 경상도 사람과 전라도 사람이 한데 어울려 물건을 사고파는 영호남 화합의 장터는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리산 남쪽의 경우. 그렇다면 지리산 북쪽의 화개장터 역할을 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남원 인월5일장이다. 상인의 절반가량은 남원시 인월면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경남 함양군 사람들이며 남원 상인들이 30%, 나머지는 구례나 곡성 등지에서 온 상인들이다.
인월5일장(3, 8일)에는 지리산의 정기가 가득 담긴 산나물과 싱그러운 채소들이 풍성하게 쏟아진다. 그뿐만 아니다. 녹두 기장 등 곡식과 메주 묵나물장아찌 같은 밑반찬거리, 더덕 버섯 곶감 대추, 묘목과 씨앗, 농기구와 골동품, 남해안의 해산물, 토종 흑돼지, 고로쇠 약수 등 시골장에서 있을 법한 물산은 모두 갖추고 있다. 장터를 둘러본 후 가볼 만한 곳도 꽤 있다.
신라 천년고찰 실상사, 동편제의 대가 송흥록과 국창 박초월의 생가, 고려말 이성계의 황산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황산대첩비, 광한루와 춘향테마파크, 혼불문학관 등은 빠뜨려선 안 될 볼거리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상주는 예부터 교통의 요지. 낙동강 수운을 통해 들어온 경상도 물산이 서울까지 가려면 반드시 이곳 상주를 거쳐야만 충청도 땅에 들어설 수 있었다. 덕분에 충청 경상도의 물산이 집결하는 큰 장이 서 오늘날까지 5일장(2, 7일)이 유지되고 있다.
청화산 국수봉 등 백두대간 자락에서 캐온 냉이 달래 두릅 쑥 머위 등 보약과 다름없는 봄나물과 국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곶감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낙동강 1300리 물길 중 가장 경관이 빼어나다는 경천대, '뭍의 이순신'이라 불리는 정기룡 장군의 사당인 충의사, 최근 개관된 상주박물관, 영남 으뜸서원인 도남서원 등이 주요 볼거리다.
빛고을 광주에도 5일장이 있다. 광주공항에서 멀지 않은 광산구 송정장(3, 8일)이 바로 그것이다. 하루 5만여 명의 상인과 주민들이 오가는 규모 9900여 ㎡의 대규모 장이다. 매생이 감태 파래 김 등이 바다빛깔을 보여주고 담양에서 온 죽순과 나주 함평 영광 목포 등지에서 올라온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하다. 도심의 장이라 점심시간을 전후로 열리기 때문에 송정장 인근의 시인 박용철 생가를 둘러보고 민주화의 성지 5·18국립묘지 등의 방문도 권한다.
광주 5일장이 도심의 장터라면 영동 임산5일장은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재래식 시골 5일장. '장사꾼'이 아닌 '장돌뱅이'를 만날 수 있는 이 장터는 규모가 아주 작아 다 둘러보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민주지산과 비봉산 자락에서 자란 고사리 두릅 참나물 취나물 등 산나물이 주요 산물이다. 된장을 풀어 얼큰한 올갱이국도 맛보고 난계국악마을, 천태산 영국사와 1000년 된 은행나무 등도 빠뜨리지 말자.